순수 배기음 POV 한 편의 완성도는 전체 과정이 함께 결정합니다. 앞 단계에서 깨끗하게 담아야 뒤에서 다듬을 재료가 생기고, 앞에서 망치면 아무리 뛰어난 편집으로도 되살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반대도 똑같이 성립합니다. 앞에서 아무리 잘 담았어도 집에 와서 대충 잘라 붙이고, 음량이 들쭉날쭉하고, 영상과 소리가 안 맞으면, 그건 똑같이 끝까지 보고 싶지 않은 영상이 됩니다. 제가 몇 년간 가장 크게 깨달은 건, 현장과 후반 작업은 한 줄로 이어진 한 흐름이고 어느 한 토막도 빠지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저평가되고, 사람들이 가장 시간을 안 쓰는 게 바로 집에 와서 하는 편집입니다.
제 전체 과정의 모습
제가 순수 배기음 POV 한 편을 만들 때, 나가는 순간부터 업로드까지는 늘 이 경로로 고정돼 있습니다. 장비 준비·고정 → 마이크 게인 설정 → 카메라와 레코더 각각 녹화·녹음 시작 → 손가락 스냅 → 달리며 소리 담기 → 집에 와서 싱크 맞추기·믹싱·내보내기. 앞의 다섯 가지는 현장에서 하고, 보통 몇 분이면 끝납니다. 마지막 하나는 컴퓨터에서 하는데, 제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입니다.
장비는 한 마디로 끝내겠습니다. 저는 Zoom H2n으로 소리를 담고, DJI Osmo Action 4로 영상을 찍고, R6에는 Akrapovič 배기를 달았습니다. 이 조합으로 수도 없이 함께 달렸고, 손에 완전히 익었습니다. 어떤 레코더, 어떤 마이크가 살 만한지는 또 다른 얘기고, 여기선 과정 자체만 다룹니다.
기본 개념: 소리와 영상, 저는 따로 녹음합니다
저도 처음엔 좀 좋은 액션캠 하나 사면 소리·영상 한 대로 끝나니 얼마나 편하냐고 순진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액션캠 안에 든 마이크는 아주 작고, 음량을 자동으로 평탄하게 눌러버려서, 속도가 조금만 붙으면 풍절음에 통째로 묻혀버립니다. 배기 특유의 그 저역의 무게와 층은 아예 담기지가 않습니다. 제 손에 있는 이 DJI Osmo Action 4도 꽤 분발하는 편이지만, 시속 60km만 넘어가면 영상 속엔 윙윙대는 바람 소리만 남고 배기음 자체는 거의 안 들립니다.
그래서 제 방식은 아주 단순합니다. 카메라는 영상만 담당하고, 배기음은 Zoom H2n으로 따로 담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둘을 하나로 맞춥니다. 이러면 화질은 화질대로, 음질은 음질대로 각자 최선을 내고 서로 발목을 안 잡습니다. 제대로 된 영상·음향 작업은 원래 이렇게 합니다. 따로 녹음하고 후반에 합치는 거죠. 대신 기기가 두 대, 타임라인도 두 개라 집에 와서 반드시 둘을 다시 맞춰야 합니다. 분리 녹음이 피해 갈 수 없는 관문입니다.
따로 녹음하면 장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소리와 영상이 갈라져 있으면 현장에서 각각 가장 알맞은 설정으로 따로 챙길 수 있습니다. 카메라 쪽은 구도와 안정성만 신경 쓰면 되고, 수음 때문에 카메라 위치를 타협할 필요가 없습니다. 레코더 쪽은 게인, 거치, 방풍을 최선으로 끌어올리는 데만 집중하면 됩니다. 한 대로 다 하면 늘 양쪽이 어중간해지지만, 분리 녹음은 양쪽 다 만점을 노릴 수 있습니다.
현장 1: 거치와 고정 (레코더가 한 번 흔들리면 끝)
장비를 다 챙겼으면, 현장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레코더를 단단히 고정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가 가장 무시당하기 쉬운데, 정작 영상 한 편을 통째로 망치는 단계입니다. 레코더가 허리색 안에서 딱 한 번만 흔들려도 줄줄이 저역 충격음이 녹음됩니다. "쿵, 쿵, 쿵" 하고요. 이건 집에 와서 거의 못 잡습니다. 제가 초기에 버린 영상은 십중팔구 여기서 나갔습니다.
저는 안쪽 공간이 딱 맞아떨어지는 허리색을 써서 레코더를 넣었을 때 정확히 미끄러지지 않게 합니다. 그래도 움직이면 스펀지 조각으로 사방을 채워 꽉 끼웁니다. 원칙은 늘 헐거운 것보다 빡빡한 게 낫다, 입니다. 스펀지 조각은 돈 주고 살 필요 없습니다. 포장재에 든 폼, 카메라 케이스에 동봉된 그런 거 잘라서 쓰면 비용은 거의 제로입니다. 저는 나가기 전에 한 번씩 꾹 눌러서 안에서 전혀 안 움직이는지 확인합니다.
위치는 몸 뒤쪽 바람을 등지는 자리에 레코더를 두고, 마이크는 차 꼬리 쪽을 향하게 해서 기류와 같은 방향으로 둡니다. 바람이 수음구로 곧장 박히지 않고 순하게 흘러 지나가게요. 마이크를 대체 어디로 향하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간단히 말하면 바람과 같은 방향, 바람이 구멍으로 들이박지 않게, 입니다. 토끼털 윈드재머 하나 끼우고 거치만 제대로 잡아도 현장 바람 잡음은 일단 크게 줄어듭니다. 저는 대부분 짧은 코스를 타는데, 이 거치는 탈 때 한 번 고정해 두면 중간에 다시 손볼 일이 거의 없습니다.
반면교사는 너무 많이 봤습니다. 허리색을 꽉 안 끼우면 녹음 전체에 규칙적인 저역 충격음이 깔리는데, 그 충격 주파수가 하필 엔진 진동과 겹쳐버립니다. 후반에서 EQ나 노이즈 제거로 그걸 골라내려 해도 깨끗이 안 빠지고, 결국 그 구간 전체를 통째로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고정할 땐 차라리 빡빡하게, 흔들릴 틈은 절대 안 남깁니다. 이런 잡음은 집에 와서 아무리 편집을 잘해도 못 되살립니다. 오직 현장에서만 피할 수 있습니다.
현장 2: 마이크 게인(mic gain) 설정
고정을 마쳤으면, 출발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게인 설정입니다. 이 단계가 '클리핑(clipping, 음 깨짐)'이 나느냐 마느냐를 곧장 결정합니다. 배기가 클수록 mic gain은 더 작게 엽니다. 제 Akrapovič는 조용한 편이 아니라서, 게인을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게 엽니다. 게인을 너무 높게 연 상태에서 큰 배기음을 만나면 피크가 한계치를 꽉 채워버리면서 찢어지는 듯한 잡음이 생깁니다. 게다가 이건 디지털 왜곡이라, 한번 깨지면 그걸로 끝이고 후반에서 전혀 못 살립니다.
저는 출발 전에 매번 제자리에서 한두 번 스로틀을 감아 시험 녹음을 하고, 레코더의 레벨 미터를 눈으로 지켜보며 한계치까지 차오르는지 봅니다. 한계에 안 닿고 여유가 좀 남아 있어야 출발합니다. 다만 제자리 스로틀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진짜 담고 싶은 건 고회전 구간의 배기음인데, 멈춰 선 채로는 그렇게 높은 회전수까지 올릴 수가 없습니다. 제자리 스로틀과 실제 고회전은 데시벨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이 제자리 시험 녹음은 거친 안전 점검 정도로만 봐야 하고, 진짜 맞았는지는 한 바퀴 다 타고 와서 파일을 열어 실제 파형과 피크를 봐야 압니다.
그렇다 보니 mic gain을 정확히 얼마로 여느냐는, 여러 설정을 반복해서 시도하고, 녹음해 와서 하나하나 들어보고, 하나하나 dB를 확인하면서 천천히 수렴시킨 값입니다. 차마다 소리가 다르고, 매일 타는 환경도 다르니, 모두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숫자는 없습니다. 제 Zoom H2n의 mic gain은 대략 0에서 1 사이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 범위면 피크가 너무 높이 치솟지 않고 여유를 남길 수 있습니다. 원칙은 깨지느니 작게, 입니다. 작게 녹음하면 후반에서 키울 수 있지만, 깨진 음은 영구 손상이라 아무리 키워도 깨진 채입니다. 마이크는 브랜드마다 내부 압축 정도가 다 다르니, 가장 정확한 방법은 녹음한 파일의 실제 dB 값을 직접 보고 미세 조정하는 것입니다. 차나 배기를 바꿔도 전부 갈아엎지 않고, 지난번 설정을 기준으로 조금만 조정합니다.
현장 3: 녹음 시작 전, 손가락 스냅 한 번
카메라와 레코더 둘 다 시작 버튼을 누른 뒤, 출발 전 마지막 동작이 손가락 스냅입니다. 소리와 영상은 두 대의 기기로 따로 담기니, 집에 와서 반드시 둘을 맞춰야 합니다. 귀로 한 프레임씩 천천히 맞추다 보면 정말 인생에 회의가 들 정도입니다. 저도 초기엔 그렇게 버텼습니다. 나중에 이 요령을 배우고 나서 전부 수월해졌습니다. 원리는 촬영 현장에서 "딱" 소리 나는 그 클래퍼보드(슬레이트)와 똑같습니다. 명확한 한 점을 만들어, 영상과 소리가 맞출 기준을 갖게 하는 거죠.
카메라와 레코더가 둘 다 녹음을 시작한 뒤, 카메라 앞에서 손가락 스냅을 한 번 합니다. 이 스냅이 양쪽 오디오 트랙에 동시에 아주 뾰족한 파형(spike)을 남깁니다. 편집할 때 두 트랙의 피크를 끌어다 맞추면 영상과 소리가 동기화됩니다. 이 동작은 2초밖에 안 걸리지만, '따로 녹음한' 대가를 집에서 마우스로 한 번 끄는 일로 줄여줍니다.
박수가 아니라 손가락 스냅을 쓰는 이유는, 스냅이 짧고 뾰족해서 파형 위에 단일하고 또렷한 피크 하나로 찍히기 때문입니다. 한눈에 알아봅니다. 박수나 말소리는 파형이 더 흐릿하게 넓게 퍼져서 오히려 맞추기 어렵습니다. 장갑을 껴서 스냅이 안 된다면, 연료 탱크나 헬멧을 한 번 세게 치는 것도 됩니다. 원리는 같습니다. 짧고 또렷한 소리 하나를 만들어 싱크 표식으로 쓰는 거죠. 저는 대부분 짧은 코스를 타서 영상 한 편이 길지 않지만, 이 손가락 스냅만큼은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습니다. 아낀 그 2초를, 집에서 열 배의 시간으로 갚게 되거든요.
현장 부분은 여기서 끝이고, 남은 작업은 전부 컴퓨터 앞에서 합니다.
집에 와서: 편집·믹싱·정렬·내보내기
많은 분이 편집이란 앞뒤 잘라내고 올리면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분명 나쁘지 않게 담아 놓고도 완성품이 듣기 거북한 경우는, 대개 여기서 막힙니다. 저한테는 집에 와서 하는 이 단계가 원본 소재를 작품으로 바꾸는 자리이고, 앞의 모든 현장 작업은 이 단계를 잘하기 위한 준비입니다. 제 후반 작업 전체는 네 가지 동작입니다. 싱크 맞추기 → 소리 다듬기 → 음량 균형 잡기 → 확인 후 내보내기.
1. 싱크 맞추기: 먼저 영상과 배기음을 동기화한다
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카메라의 영상과 Zoom H2n으로 담은 배기음을 같은 타임라인 위에 겹치는 것입니다. 두 오디오 트랙을 모두 편집 소프트웨어로 끌어와, 맨 앞의 손가락 스냅 피크를 찾습니다. 카메라 쪽 트랙에도 소리가 있어서 거기에도 똑같이 피크가 있습니다. 이 두 피크를 수직으로 맞춰 끌어다 두면 전체가 동기화됩니다. 맞춘 뒤에는 보통 기복이 뚜렷한 지점(예를 들어 스로틀을 한 번 감는 순간)을 하나 골라 다시 한번 대조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점점 어긋나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이 단계에서 게으름을 피우면 뒤를 아무리 잘 다듬어도 헛수고입니다. 시청자가 기어, 동작, 소리가 안 맞는 걸 한눈에 알아채거든요. 싱크를 맞춘 뒤엔 카메라 자체의 뭉개진 수음 트랙은 그냥 음소거하거나 지우고, H2n의 깨끗한 배기음 트랙만 남깁니다.
2. 소리 다듬기: 저는 EQ를 거의 안 건드린다
많은 분이 이 단계에서 EQ를 마구 만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거의 손대지 않습니다. 제 목표는 그때 차 위에서 들은 모습에 최대한 가깝게 두는 것 하나뿐입니다. 너무 많이 만지면 오히려 그 진짜 느낌이 가짜가 됩니다. 저는 파이널컷 프로(Final Cut Pro)로 편집하고, 소리 다듬기는 주로 두 군데에 씁니다. loudness와 pan(팬, 좌우 정위). 이 둘로 세부를 미세 조정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천천히 다듬습니다. low cut은 거의 안 씁니다. 저역을 잘라내면 낮은 회전수에서 배기음이 어색해지고 그 두께가 빠져버리거든요. 그래서 어느 구간 풍절음이 소재를 망칠 만큼 심한 게 아니라면 차라리 안 건드립니다. 안 건드릴 수 있으면 안 건드린다, 원음이 대개 가장 맞는 소리입니다.
3. 음량 균형 잡기: 끝까지 볼륨에 손 안 대고 듣게 한다
다음은 영상 전체의 음량을 고르게 균형 잡는 일입니다. 영상이 가장 무서운 건 음량이 들쭉날쭉해서 시청자가 계속 볼륨을 조절하게 만드는 것인데, 그런 영상은 저도 못 봅니다. 저는 전체 음량을 일정하고 편안한 수위로 끌어올립니다. 커야 할 고회전은 충분히 임팩트 있게, 스로틀을 닫을 땐 갑자기 사라지지 않게요. 필요하면 아주 가벼운 컴프레션으로 가장 튀는 피크를 살짝만 누르지만, 이것도 딱 거기까지입니다. 다이내믹은 반드시 남겨둡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들리는 느낌이 안정돼야, 이 영상이 '계속 틀어놓고 들을 만한' 내구성을 갖습니다.
4. 확인 후 내보내기: 포맷, 샘플레이트, 마지막 통 듣기
내보내기 전에 저는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번 듣습니다. 어느 구간이 갑자기 커지거나 작아지지 않는지, 놓친 잡음은 없는지, 싱크가 틀어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문제없을 때만 내보냅니다. 포맷에서 제가 고집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녹음할 땐 WAV 무손실 포맷으로 합니다. MP3 말고요. WAV는 완전한 다이내믹을 그대로 남겨서 후반에 미세 조정하고 음량을 키울 여지가 생깁니다. MP3는 손실 압축이라 한 번 만지면 쉽게 탈이 납니다. 샘플레이트는 96kHz로 녹음해 해상도를 좀 더 남겨두고, 내보낼 때 영상에 필요한 규격으로 맞춥니다. 메모리 카드가 요즘 이렇게 싼데, 그 약간의 용량 아끼자고 음질을 희생하지는 마세요.
후반 작업 내내 저는 한 가지 대원칙을 지킵니다. 충분하면 됐다, 과하게 가공하지 않는다. 배경음악도, 효과음도, 내레이션도 안 넣습니다. 저한테는 배기음 그 자체가 콘텐츠라, 군더더기는 그 자리만 빼앗을 뿐입니다. 후반이 깨끗할수록 들리는 소리가 원래 모습에 더 가까워집니다.
편집은 부디 헤드폰을 끼고 하세요. 컴퓨터 스피커로는 저역의 디테일과 그 미세한 잡음이 아예 안 들립니다. 헤드폰을 껴야 어디를 손봐야 할지, 어느 구간 음량이 튀는지, 싱크가 어긋나지 않았는지를 정확히 잡아냅니다. 녹음부터 편집까지 저는 전 과정을 헤드폰으로 판단합니다. 제가 늘 여러분께 제 영상을 헤드폰으로 들으시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제가 직접 빠졌던 함정 몇 가지
이것들은 막 녹음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거의 누구나 밟는 함정이고, 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앞의 둘은 현장, 뒤의 둘은 후반입니다.
1. 허리색이 너무 헐거워서 레코더가 안에서 미끄러진다. 구간 전체에 저역 충격음이 녹음되고, 집에 와서 못 잡습니다. 허리색 크기는 반드시 딱 맞아야 하고, 충분히 밀착이 안 되면 스펀지 조각으로 끼워 막으세요.
2. mic gain을 너무 높게 연다. 큰 배기는 스로틀을 살짝만 감아도 클리핑이 납니다. 출발 전엔 반드시 시험 녹음하고 레벨 미터를 지켜보세요. 이 단계를 저는 절대 건너뛰지 않습니다.
3. 손가락 스냅을 깜빡해서, 집에 와서 싱크 맞추다 멘붕이 온다. 그 피크라는 표식이 없으면 영상과 소리를 귀로만 더듬어 맞춰야 하고, 몇 배의 시간이 더 듭니다. '녹음 시작하면 곧장 스냅'을 근육 기억으로 만들면, 이 함정은 다시는 안 밟습니다.
4. 후반에서 손이 너무 무겁다. 저도 초기엔 EQ를 잔뜩 끌어올리고 음량을 빡빡하게 눌러버리고 싶은 걸 못 참았는데, 결과적으로 소리가 만질수록 가짜가 되고 생기가 빠졌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앞에서 잘 담은 소재는 후반에서 살짝만 손봐서 원래 모습을 남기는 게 가장 듣기 좋다는 걸요. 편집 실력은 종종 '꾹 참고 안 건드리는' 데서 드러납니다.
제 바이크에 실린 녹음 장비
과정이 매끄럽게 돌아가려면 앞단의 그 두 대가 먼저 제대로여야 합니다. 제 바이크에는 몇 년째 이 세트가 실려 있습니다. 수음은 H2n, 영상은 Osmo Action 4, 거기에 H2n의 방풍을 보완하는 키트 하나. 셋 다 가장 비싼 선택지는 아니지만, 제가 순수 배기음 POV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찍을 때 실제로 기대는 건 이 셋입니다.
Zoom H2n 핸디 레코더
제 영상 속 그 깨끗한 배기음을 담아 오는 건 이 레코더입니다. 액션캠 내장 마이크는 시속 60을 넘으면 풍절음에 묻혀버려서, 카메라는 영상에만 집중시키고 배기음은 전부 H2n에 맡깁니다. 본체 내장 X/Y와 M/S 두 조의 마이크 어레이가 배기의 저역 무게와 층을 담기에 딱 맞는 실력을 갖췄습니다. 저는 96 kHz로 녹음하고 mic gain은 0에서 1 사이로 엽니다 ―― Akrapovič이 조용한 편이 아니라, 이만큼 낮게 열어야 스로틀을 살짝 감아도 피크가 깨지지 않을 여유가 남거든요. 집에 와서는 EQ를 거의 손대지 않고 loudness와 pan으로 미세 조정만 합니다. 생으로 담긴 음색이 원래 충분히 정확하니까요.
장점
- X/Y와 M/S 두 어레이로 배기 저역의 층까지 담긴다
- 최대 96 kHz 녹음, 후반에 음량을 올려도 미세 조정 여유가 있다
- mic gain을 꽤 낮게 조일 수 있어, 큰 배기에도 잘 깨지지 않는다
- 본체가 작고 건전지로 구동돼, 허리색에 딱 들어간다
단점
- 방풍이 미포함이라, 고속에선 털 커버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
- 본체 버튼이 작은 편이라, 장갑 낀 현장 조작은 천천히 해야 한다
Movo AEK-Z4 H2n 액세서리 키트 (털 커버+쇼크 마운트)
H2n은 방풍이 미포함이라, 달리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채워야 하는 게 이겁니다. 저 자신은 토끼털 윈드재머를 끼우고 거치를 제대로 잡아 풍절음을 누르지만, 이 키트는 털 커버와 쇼크 마운트를 한 번에 갖춰줘서 부품을 이것저것 직접 맞출 필요가 없습니다. 털 커버를 씌우면 속도를 올렸을 때 그 웅웅거리는 바람 층이 우선 크게 줄고, 함께 든 쇼크 마운트도 본체로 곧장 전해지는 저역 충격을 어느 정도 막아줍니다. H2n 치수에 맞춰 만들어져서, 커버가 헐겁거나 마이크에 안 걸릴 걱정도 없습니다.
장점
- 털 커버와 쇼크 마운트가 한 번에 갖춰져, 직접 모아 맞출 필요가 없다
- H2n 본체에 맞춘 전용 설계라, 씌워도 딱 맞고 헐겁지 않다
- 털 커버가 고속에서 가장 성가신 풍절음을 우선 크게 깎아준다
- 입문 가격대라, 동급 커버를 단품으로 사는 것보다 이득이다
단점
- 어디까지나 입문급 방풍이라, 극단적 강풍은 거치로 보완해야 한다
- 털 커버는 쓸수록 털이 빠지니, 마이크에 붙지 않게 살펴야 한다
DJI Osmo Action 4 액션 카메라
영상 속 그 1인칭 주행 화면은 전부 이 카메라로 찍습니다. 이 카메라의 수음은 시속 60을 넘으면 바람 소리만 남아서, 배기음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습니다 ―― 이 카메라가 하는 일은 딱 하나, 화면을 안정적이고 보기 좋게 담는 것입니다. 이 세대 센서가 역광, 터널을 드나드는 그런 명암 급변에서 버텨주는 게 제가 이걸 놓지 않는 주된 이유입니다. 본체 손떨림 보정과 함께라면 짧은 코스 POV의 그 노면에 붙는 듯한 현장감이 살아납니다. 소리는 H2n, 영상은 이것 ―― 각자 자기 몫을 만점까지 마무리합니다.
장점
- 큰 센서로 역광과 터널 출입의 명암 급변을 눌러준다
- 본체 손떨림 보정이 강해, 짧은 코스 POV 화면이 흔들리지 않는다
- 내후성 바디라, 야외 주행에 별도 하우징이 필요 없다
- 배터리 지속과 자석식 퀵 릴리스로, 교체도 충전도 빠르다
단점
- 내장 수음이 고속에서 풍절음에 묻혀, 배기음은 반드시 따로 녹음해야 한다
- 광각에 어안 왜곡이 있어, 신경 쓰이면 후반에서 다시 잡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순수 배기음 POV 한 편을 만드는 전체 과정은 대략 어떤 순서인가요?
여섯 단계입니다. 나가기 전에 장비를 준비하고 고정하기, 마이크 게인 설정하기, 카메라와 레코더를 각각 따로 녹화·녹음 시작하기, 시작한 뒤 카메라 앞에서 손가락 스냅 한 번 하기, 달리며 배기음 담아 오기, 마지막으로 집에 와서 싱크를 맞추고 소리를 다듬고 내보내기입니다. 앞의 다섯 단계는 현장에서, 마지막 한 단계는 컴퓨터에서 합니다. 완성도 차이는 대개 집에 와서 하는 편집 단계에서 갈립니다.
집에 와서 하는 편집에서 구체적으로 뭘 하나요?
네 가지입니다. 먼저 손가락 스냅의 피크로 영상과 배기음을 맞추고, 그다음 파이널컷 프로에서 loudness와 pan으로 소리를 제가 원하는 모습으로 다듬고(EQ는 거의 안 건드립니다), 영상 전체의 음량을 고르게 균형 잡은 뒤,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통으로 들어 음량이 일정한지 확인하고 나서야 내보냅니다. 전 과정에서 배경음악도, 효과음도, 내레이션도 넣지 않습니다.
영상과 소리를 따로 녹음했는데, 집에 와서 싱크를 가장 빠르게 맞추는 방법은?
녹화·녹음을 시작할 때 했던 그 손가락 스냅에 의지합니다. 스냅은 두 오디오 트랙에 동시에 아주 뾰족한 파형을 남기는데, 편집할 때 두 피크를 끌어다 맞추면 영상과 소리가 동기화됩니다. 한 프레임씩 귀로 더듬어 맞추는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원리는 촬영 현장의 클래퍼보드(슬레이트)와 똑같습니다.
편집은 어떤 소프트웨어로 하고, 소리는 어떻게 다듬나요?
파이널컷 프로로 편집합니다. 소리는 EQ를 거의 안 건드리고, 주로 loudness와 pan(팬, 좌우 정위)으로 세부를 미세 조정해서 제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다듬습니다. low cut은 거의 안 씁니다. 저역을 잘라내면 낮은 회전수에서 배기음이 어색하게 들리거든요. 어느 구간에 풍절음이 정말 심한 게 아니라면 원음 그대로 두는 쪽이 좋습니다. 샘플레이트는 96kHz로 녹음합니다.
편집할 때 꼭 헤드폰을 써야 하나요?
반드시 써야 합니다. 컴퓨터 스피커로는 저역의 디테일과 미세한 잡음이 안 들려서, 헤드폰을 껴야 어디를 손봐야 할지, 어느 구간 음량이 튀는지를 정확히 잡아낼 수 있습니다. 녹음부터 편집까지 전 과정을 헤드폰으로 판단합니다.